트럼프, 러시아 제재 상당수 면제…젤렌스키와는 갈등 격화

알래스카 방문 당시 대화 중인 트럼프와 푸틴
    • 기자, 맥스 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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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둔 러시아 제재 조치 다수를 중단시켰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해당 제재는 미국 의회를 통과해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법률로 제정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밤 행정명령을 통해 일부 제재를 유예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의회에서는 즉각 반발이 제기됐다.

이번 주 들어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미국이 논란 속에 러시아산 디젤을 수입하기 위한 거래를 체결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군사 지원을 철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한 주 내내 공개적으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더 어렵다"고 말한 이후, 젤렌스키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연설에서 "진짜 지도자들(real leaders)과 함께하게 돼 좋다"고 했다.

새로운 미국의 대러 제재법은 러시아 경제를 겨냥했다. 이 법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위 5개국의 수입품에 대해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주요 대상이었다.

또한 이 법은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고위 인사들, 러시아 금융기관, 그리고 기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른바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에 대한 제재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들 조항 상당수를 면제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는 이러한 결정을 두고 "중요하고 진정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이번 제재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라며, 경제 협력이 미국과 러시아에게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돈 베이어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며, 러시아에 굴복하고 키이우와 젤렌스키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어 의원은 X에 "트럼프가 최근 또다시 푸틴에게 굴복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들을 다시 배신하는 것이며,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응징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에 담긴 의회의 명확한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썼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도 더 큰 분노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디젤 수입과 관련한 일부 제재를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 조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동맹국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분쟁으로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수개월째 대응에 고심해 왔다.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미국 국민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도 악화했다.

젤렌스키는 이 거래가 사실상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동영상 설명, 영상: 우크라이나,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원하던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까?

며칠 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디젤 수출을 원활히 하기 위한 "에너지 휴전(energy ceasefire)"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상대국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시설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젤렌스키는 처음에는 트럼프의 발표에 놀라움을 나타내면서도, 러시아가 공격을 중단한다면 우크라이나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흘 뒤 러시아의 추가 공격이 이어지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해당 공격을 "수치(disgrace)"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젤렌스키는 자신이 "오직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위성통신 시스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지난주 스타링크는 인터넷 연결을 유지한 채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속도를 갑작스럽고 예고 없이 제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로 인해 일부 전장 작전에 차질이 생겼으며, 러시아의 공습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는 능력도 약화했다고 밝혔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느려진 기간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여러 차례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현지 주민들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러한 공격이 사전 경고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지난 16일에도 스타링크 속도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 공유를 중단하거나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네트워크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국에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약 6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러시아가 16일 밤 도네츠크, 자포리자, 하르키우 등을 포함한 지역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수백만 명에게 전력 공급을 재개하기 위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17일 오전 헤르손시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구급차 운전사 1명이 사망하고 약 20명이 다쳤다고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방위산업과 관련된 시설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공격 대상에는 제철소와 변전소, 흑해의 화물선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추가 보도: 헬렌 설리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