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주유소 헤로인' … 미 당국이 경계하는 '크라톰'이란?

알약 형태의 크라톰
    • 기자, 브랜든 드레논 & 매들린 할퍼트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미국 워싱턴주에 사는 은퇴한 벌목공 제프리 디버(58)는 극심한 만성 고관절 및 무릎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크라톰을 복용해 왔다.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으나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수술을 기다리던 중 그는 이 약초 제품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소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복용량을 늘려갔고,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졌다.

디버는 "마치 기적 같았다"며 "잠도 잘 수 있었고, 일상생활도 가능했다"고 했다.

"크라톰이 없었다면 어떻게 지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피오이드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크라톰의 인기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처방전 없이 구입해 알약이나 액체 형태로 복용한다.

그런데 최근 수사당국은 미시시피 대학교 학생 2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들의 소지품에서 포장된 형태의 크라톰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록 이들의 사망 원인은 아니었으나, 당국은 현재 크라톰 섭취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수년 동안 크라톰 반대론자들은 이 약물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크라톰이 불법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크라톰은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대상이 아니며, 미시시피주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아예 합법이다.

크라톰에 대해 알려진 내용을 살펴봤다.

크라톰이란?

크라톰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나무이다.

이 나무의 잎은 각성제 효과로 인해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이 즐겨 사용했으며, 보통 곱게 갈아 차처럼 우려 마신다.

그러다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크라톰은 2016년경 건강보조식품 형태로 미국 시장에도 등장했다.

아칸소 주립대학교 내 뉴욕공과대학교 접골의과 대학의 셰인 스페이츠 학장은 "바로 그 지점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스페이츠 박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크라톰은 주로 알약, 분말 또는 액체 형태의 고농축 제품으로 판매된다.

아울러 편의점, 주유소는 물론 전자담배 판매점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되기에 크라톰 제품은 연방 정부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스페이츠 박사는 "(그렇기에) 무엇을 섭취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며 "누군가 지하실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하더라도 실제로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당국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라톰의 용도는?

크라톰은 통증 관리, 불안 및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안전하고 천연적인 약초 건강보조식품으로 널리 홍보된다.

스페이츠 박사에 따르면 "소량 복용한다면 크라톰의 각성 성분이 '카페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오피오이드와 효과가 유사하기에 펜타닐과 같은 실제 오피오이드 마약 중독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찾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특성은 크라톰 내 존재하는 7-하이드록시미트라지닌(7-OH)과 같은 성분이 도파민을 비롯한 다양한 체내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얼마나 위험한가?

스페이츠 박사는 "마치 마약 복용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용량을 높이면 더 큰 행복감을 주고, 전반적으로 더 강하게 취할 수 있죠."

환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으며, 용량이 커질수록 부작용의 위험도 커진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중추신경계 억제 현상으로, 스페이츠 박사는 "바로 이 때문에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한다.

중추신경계의 활동이 억제되면 심혈관계 기능이 망가지거나 호흡이 멈출 수 있다.

미국 중독 치료 센터 '마운틴사이드'의 자나 우 임상통합 책임자는 크라톰으로 인한 금단 증세 및 중독도 위험요소라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결혼 생활을 비롯한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그는 "사람들이 이 약물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매달 수천달러를 쏟아붓는 것을 목격한다"고 했다.

크라톰은 내성이 쉽게 생기기에 사용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복용량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우 책임자는 "하루에 최대 20알까지 복용하던 사람들도 상담한 적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크라톰이 연방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츠 박사는 "안전한 복용량이라는 게 존재하냐"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요'이다. 왜냐하면,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크라톰은 불법인가?

크라톰은 앨라배마, 아칸소, 코네티컷, 인디애나, 캔자스, 루이지애나, 매사추세츠, 노스다코타, 테네시, 버몬트, 위스콘신 등 미국의 11개 주에서 금지돼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지난 8월 임시 긴급 명령을 발령하며, 가장 최근 불법으로 규정한 주이다.

10년 전,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크라톰을 "공공 안전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이라 규정하며, 마약 중 가장 위험한 등급인 '스케줄 1'로 분류하고자 움직인 바 있다.

그러나 몇 달 후 법무부가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의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무산됐다.

이로 인해 각 주에 맡겨졌는데, 일례로 애리조나주는 최근 크라톰 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생이었던 에이든 해밀턴과 로버트 스트랭이 사망한 미시시피주의 경우 미시시피 대학교가 위치한 옥스퍼드시에서는 크라톰이 불법이다.

그리고 이번 달 말,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시 경찰은 한 편의점에서 수색 영장을 집행해 "크라톰 500유닛 이상"과 THC(대마초에 들어있는 대표적인 성분) 제품을 포함한 기타 불법 물질을 적발했으며, 이 사건과 관련해 2명을 체포했다.

크라톰 반대 단체들은 "주유소에서 파는 마약이 우리 지역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주 정부에 더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미국 크라톰 협회'와 같은 지지 단체들은 "천연 크라톰인 척하는" 합성 물질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외 지역은 어떨까. 영국에서는 크라톰이 금지돼 있으며, 유럽의 경우 국가마다 다르다.

크라톰 나무의 원산지인 말레이시아에서는 1952년 '독극물 법'에 따라 크라톰의 소비와 판매가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