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에서 영감을 얻은 미래 로봇용 카메라 기술

사진 출처, Andyworks via Getty Images
- 기자, 캐서린 히스우드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1933년의 어느 안개 낀 밤, 퍼시 쇼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번쩍거리는 불빛을 보고 차를 멈춰 세웠다.
전설에 따르면 도로 위에서 빛나는 그 불빛의 주인공은 고양이였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받은 고양이의 눈이 퍼시를 향해 번쩍인 것이다.
"그건 정말 우연한 행운이었습니다." 퍼시의 조카손녀인 글렌다 쇼는 2022년 BBC 팟캐스트 '윗니스 히스토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퍼시 삼촌은 도로에서 반사된 불빛을 보고 차를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도로의 반대편 차선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그대로 달렸다면 벼랑 아래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이 우연한 만남으로 퍼시는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이후 도로 야간 반사체를 발명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고국인 영국에서 이러한 반사체를 '캣츠 아이' 즉 '고양이의 눈'이라고 부른다.
1976년 퍼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캣츠 아이 약 1500만 개가 생산됐으며, 이러한 반사체는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전 세계 도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진 출처, Peter Laurie/ViniSouza128 via Getty Images
글렌다에 따르면, 쇼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반사체를 만들어냈다.
"물리학이나 반사, 굴절, 각도 같은 것에 대해 전혀 몰랐으나" 그저 "혼자 연구한 끝에 발명해 낸" 것이다.
비록 그의 반사체 설계도가 고양이 눈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본뜬 것은 아니었지만, 퍼시는 유리구슬을 이용해 그날 밤 자신이 목격했던 반사 현상을 재현하고자 했다.
고양이 눈이 '빛나는' 이유는?
실제 고양이의 눈은 망막 뒤쪽에 있는 '휘판(tapetum lucidum)'이라는 반사층 덕분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테네시 대학교의 수의안과 전문의인 브라이디 푸트 교수에 따르면 휘판은 인간에게는 없는 특별한 구조다.
라틴어로 '빛나는 태피스트리'를 뜻하는 휘판 덕에 고양이의 눈은 일종의 거울이 된다. 덕분에 고양이는 어두운 밤에도 시야가 확보돼 사냥할 수 있으며, 그대로 사라졌을 빛도 한 번 더 포착할 수 있다.

푸트 교수는 "빛이 광수용체 (세포)에 닿지 않으면 그 빛은 사라진 것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휘판이 있으면 빛을 반해 다른 광수용체에 닿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고양이 눈이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밤처럼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동공이 크게 확장"되고, 이때 반사된 빛 일부가 다시 눈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반사되는 빛의 색상은 조직 내 색소에 따라 주황색과 노란색에서 초록색에 이르기까지 고양잇과 동물마다 다양하게 다르다.
하지만, 이 반사층을 가진 동물은 고양잇과뿐만이 아니다.
푸트 교수는 "개, 고양이, 말, 소 등 다양한 동물이 휘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Kanti S Sonagra via Getty Images
고양이 눈과 카메라
쇼의 발명 이후 수십 년이 지난 현재, 공학자들은 로봇이나 드론,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첨단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며 고양이 눈의 해부학적 구조를 탐구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송영민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다양한 조명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고양이의 휘판을 모방해보았다.
실제 고양이의 휘판은 리보플라빈과 아연 성분의 막대 모양 결정이 빛을 반사하는 배열로 구성된 세포 구조다.
송 교수에 따르면 이 나노구조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너무나도 까다로웠기에, 대신 이미지 센서 뒤에 반사율이 높은 소재를 사용해 인공 반사체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카메라의 가시광선 흡수율을 52%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사진 출처, Young Min Song
다음으로 송 교수는 고양이 눈의 또 다른 특징인, 밝은 빛 아래에서 좁고 세로로 찢어지는 동공에 주목했다. 이는 고양이가 거리를 판단하고, 빽빽한 초목 속에서 먹이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송 교수는 "만약 고양이 눈에서 영감을 받아 세로 동공을 가진 카메라를 개발한다면, 불필요한 배경을 모두 제거하는 데 유용하지 않을까. 그러면 피사체가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은 이미 복잡한 배경에서 피사체를 분리해 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스마트폰의 인물모드가 사람 뒤의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종종 막대한 처리능력이 요구된다.
이에 송 교수는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카메라 렌즈 안에서 센서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를 수직 동공 모양으로 설계해 이를 아예 카메라 자체의 특성만으로 구현해냈다.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고자 송 교수의 연구팀은 일반적인 원형 형태의 조리개와 세로형 조리개를 사용해 복잡한 배경에서 피사체를 촬영했다.
원형 조리개를 사용했을 때는 피사체와 배경의 잡다한 요소 모두 선명하게 나왔지만, 세로형 조리개를 사용했을 때는 피사체가 눈에 띄게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다만 현재로서는 실제 고양이 눈처럼 주변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조리개가 조절되지 않아 수동으로 변경해야 한다. 송 교수는 향후 이 점을 개선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따라 할만한 다른 생명체의 눈
송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고양이의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눈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 다양한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수백 가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송 교수는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재직 시절인 2013년 파리의 눈 구조를 응용한 카메라에 관해 설명하며 "파리는 눈이 불거져 있어 사방을 한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카메라는 시야각이 매우 넓고 물체도 매우 빠르게 인식한다"는 그는 로봇 드론에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독수리 눈 구조를 본뜬 카메라 모델도 마찬가지다. 이 카메라는 시야 중심부는 매우 선명하고 확대해서 포착하지만, 동시에 주변 영역도 해상도는 낮지만 넓게 포착한다.
"특정 용도에 가장 적합한 동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다"는 설명이다.

사진 출처, Silaphop Pongsai via Getty Images
현재는 깡충거미의 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거미는 자연계에서 가장 독특한 눈 구조를 가진 생물 중 하나라고 한다.
송 교수는 "이 거미들은 총 8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앞, 옆, 심지어 뒤쪽까지 있다. 그래서 어디든 볼 수 있다"며 "게다가 앞쪽 눈 한 알만으로도 동시에 정확한 깊이를 감지해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거미들은 층층이 쌓인 망막 구조 덕에 거리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해내기에 목표물을 놓치지 않고 매우 정확하게 점프한다고 한다.
송 교수는 이러한 원리를 카메라에 적용하면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같이 매우 정밀한 거리 측정이 필요한 일에 유용하리라 전망한다.
휴대폰 카메라 등 현재 대부분의 현대식 카메라 시스템이 주로 인간의 눈을 모방한다. 그러나 송 교수는 동물의 눈 구조를 응용한 카메라들은 "로봇, 산업, 드론 혹은 그 밖의 차세대 로봇 시스템"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