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취해야 '항거불능' 상태인 걸까? 코넬대 성폭행 스캔들이 드러낸 법의 허점
- 기자, 매들린 할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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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여성이 코넬대학교와 관련한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면서, 당시 사건이 처리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미국 내 여러 주의 성폭행 및 음주 관련 현행 법률의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법원 문서에서 '제인 도(익명의 여성)'로 명시된 이 여성은 2024년 한 남학생 사교클럽 건물에서 약물을 투여받고 여러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저녁, 술을 마신 상태로 사교클럽 건물로 갔으며 그곳에서 여러 남성이 자신에게 코로 케타민을 흡입하고 계속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과의 '공짜'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은 사건 당시 너무 취해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코넬대가 위치한 뉴욕주의 현행법에 따르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약물이나 술에 취한 경우와 달리, 자발적으로 술이나 약물을 복용했다면 성관계에 동의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자동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 언론은 이를 '자발적 음주·약물 복용의 법적 허점'이라고 널리 보도한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지난주 "자발적으로 취했다고 해서 성폭행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며, 주 의회와 협력해 이 "허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법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법이 자발적으로 알코올이나 약물을 섭취하기로 선택한 이들의 성폭행 신고를 막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 법은 피해자가 신체적으로 동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무력한 상태였음을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
즉, 단순히 취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더 높은 수준의 입증이 요구된다.
이러한 법적 구분은 음주 상태에서 무엇이 '동의'인지를 둘러싼 미국 내 지속적인 논쟁을 반영한다.
성범죄 담당 검사 출신으로 현재 대학 내 성폭력 사건 검토를 돕고 있는 댄 쇼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주의 이러한 법이 자발적으로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성폭력 피해자들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코올이나 약물의 섭취가 자발적이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로 인해 동의 여부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그 사람과의 모든 성적 행위는 항상 비동의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어 "나 또한 자발적으로 취한 사람을 성폭행한 혐의로 많은 이들을 기소했다"며 "그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투옥됐다"고 덧붙였다.
'동의 불가능 상태'란?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행법상 성관계에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취한' 상태의 법적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주를 포함해 최소 19개 주에서는 성관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판단할 만큼의 취기 정도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일례로 뉴욕주 법에는 "의식이 없거나, 그 밖의 이유로 신체적으로 행위에 대한 거부 의사를 전달할 수 없는" 상태가 성관계에 동의할 수 없는 상태라고 규정한다.
쇼어에 따르면 바로 이 조항이 과도한 음주로 인해 동의할 수 없는 상태의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BBC가 인터뷰한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이러한 상태였음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매매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출신인 미첼 에프너는 일부 검사들은 "상대가 음주 상태이긴 했지만 완전히 동의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동의했다'고 판단해 기소를 포기하기도 한다. 혹은 피고인이 이로 인해 무죄 판결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의 불가능'의 기준이 더 낮은 다른 주들의 경우, 피해자가 단순히 "인지 능력이 저하"되거나 "상당히 저하"된 수준만 돼도 동의를 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차를 운전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한 상태 역시 동의 불가능 상태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 캠퍼스들의 성적 동의 기준 또한 형사법과 다르다. 일례로 코넬대의 경우 이른바 '적극적 동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즉 "성행위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서로 명확하게,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동의를 해야 동의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코넬대는 침묵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 요구
에프너는 뉴욕주가 '지나치게 취해 동의할 수 없었던 상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자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뉴욕주 상원은 이 법안을 여러 차례 통과시켰으나, 하원에서 번번이 가로막혔다.
해당 개정안에는 술이나 약물의 영향으로 자신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판단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성적 동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대방이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알고 있었거나, 합리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펜실베이니아주 또한 술에 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당할 경우, 그 피해 사실을 더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고자 노력 중이다.
에프너는 "'누군가 운전할 수 없을 정도로 취했다면, 그 사람은 ~ 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한 것입니다'라는 문장에는 모든 동사가 들어갈 수 있다"고 표현했다.
한편 코넬 대학교가 속한 선거구를 대표하는 리아 웹 하원의원은 BBC 뉴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동료 의원들은 여러 차례 수정안을 거친 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뉴욕주의 현행 법은 "증명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쇼어와 다른 형사 변호사들은 뉴욕주의 이러한 성폭행 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이다.
'뉴욕주 형사 변호사 협회'는 BBC에 보낸 성명에서 뉴욕주의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며, "(이미)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술을 마신 피해자와 관련된 성폭행 혐의로도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피해자가 "자기 행동을 판단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었다"는 표현은 "공정하게 적용되기에는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해당 법안은 성행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한 상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어는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한 정확한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해 답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이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모든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 사회와 주 차원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