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현지 취재: 불안정한 휴전 속 이란인들, 미국과의 합의 가능성 의문
- 기자, 리즈 두셋
- 기자, 수석 국제 특파원
- Reporting from, 이란
- 읽는 시간: 4 분
눈 덮인 산등성이로 둘러싸인 이란 북서부 평원에도 어느덧 봄이 찾아와 아몬드 나무에는 풍성한 꽃이 피었다. 위태롭긴 하지만 휴전이 성사되며 고속도로 교통량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떠났던 이란인들 역시 점점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 달간 튀르키예에서 아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늦겨울 눈으로 인해 기온이 뚝 떨어진 튀르키예-이란 국경 검문소의 출국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은행원이라는 이 남성은 5주간 이어진 참혹한 전쟁에 대해 "내가 살던 북부 지역의 경우,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이 민가나 민간 인프라 대신 주로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요약했다.
이 전쟁은 2주간의 휴전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이 또한 일주일 후면 만료된다.
히잡을 쓴 한 노부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조금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는 침통한 말투로 붐비는 주택가에 떨어진 포탄부터 거리를 순찰하는 이란 '바시지' 민병대의 위협까지, 청년 이란인들이 겪는 고통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모든 건 신의 뜻에 달려 있다"고 읊조렸다.
당장 눈앞의 현안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었다. 밝은 빨간색 패딩에 니트 모자를 쓴 한 젊은 여성은 "휴전은 절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단언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후 취재진은 튀르키예 세관을 지나 이란 땅을 밟았다. 당시 우리 옆에 있던 한 남성에게 현재의 이 평온한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트럼프는 절대 이란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우리를 집어삼키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항이 아직 폐쇄된 상황에서 수도 테헤란에 접근할 유일한 방법은 차량 이동뿐이었다. 그 긴 여정 내내 봄 햇살에 유난히 반짝이는 도로와 교량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미국의 대통령이자 최고사령관인 그를 생각하지 않기란 쉽지 않았다.

사진 출처, IRNA News Agency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 시간 안에 그들의 모든 교량은 물론 발전소도 파괴할 수 있다"며 또 한 번 위협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테헤란으로 향하는 12시간의 여정에서 차들은 이제 구불구불한 시골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잔잔을 거쳐 북부 도시 타브리즈와 테헤란을 연결하는 주요 교량이 지난주 미사일 공격으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이러한 공격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국제 인도법 위반 및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직 군사 목표물만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취재진 또한 이러한 군사 목표물을 볼 수 있었다. 타브리즈 외곽에서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막사였던 건물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잔해 사이로 튀어나온 콘크리트 이빨 같은 기둥에는 거대한 깃발이 걸려 있었다. 이 지역의 다른 군사 및 경찰 기지와 공장들 역시 피격됐다.
한편 고속도로변 노점 식당에 들어서니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종말론적인 위협이 다시금 들려오는 듯했다. 이곳은 수백 년 된 카라반세라이(여인숙)로, 아치형 돌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사이로 수천 년에 걸친 풍부한 이란 문명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오늘날의 이란도 느낄 수 있었다. 히잡이나 스카프를 두른 여성들도 있었지만, 머리카락을 그대로 드러낸 여성들 역시 모든 연령대에서 눈에 띄었다.
이는 2022~2023년 벌어진 '여성, 삶, 그리고 자유' 시위가 남긴 흔적이다. 비록 "정숙함"에 대한 엄격한 규정과 위반 시 가혹한 처벌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여성들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신정 체제에는 이보다 더 시급한 우선순위가 있다.
고속도로 곳곳에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쟁 초반인 2월 암살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그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 등 1979년 혁명 이후 등장한 최고 지도자 3명의 초상화가 담긴 새로운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해당 공격 이후 한 번도 공개 석상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거나 목소리를 낸 적 없지만, 이 파괴적인 전쟁 이후의 새로운 정치 및 안보 전략 구성뿐만 아니라,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오랜 앙숙과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역사적인 고위급 회담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같은 새로운 핵심 쟁점 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5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이끄는 대규모 이란 대표단간 21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보다 자세한 내용이 드러났다. 갈라바프 의장은 현재 이란 내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IRGC와 관련 있는 강경파로, 비록 유일하거나 주요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실용주의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12일 새벽 비행기에 오르면서 자신은 미국의 "최종적이고도 최선의 제안"을 제시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식의 입장을 내세웠다고 주장했으나,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이후 이어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보다 복합적인 상황을 드러내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시사해왔다.

사진 출처, Reuters
지난 14일, 이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은 그동안 비교적 침묵을 유지했던 테헤란 당국의 기존 행보와 달리, 이슬라마바드에서 논의한 내용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일부 드러냈다. 핵심은 "완전한 종전, 제재 해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징벌"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측에 핵 농축 금지와 농축 시설 해체, 고농축 우라늄 전량 폐기,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포함한 역내 동맹 및 대리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측은 20년간 핵 농축을 중지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전쟁 이전에 제시했던 5년안을 대신 제안했다. 또한 440kg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반납하라는 요구도 거절했으며, 무기급에 매우 근접한 60%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겠다는 기존 양보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란의 주요 유조선과 기타 선박들을 봉쇄하고 있음에도, 이란 당국은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에 이란이 곧 굴복하리라는 잘못된 믿음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 사실상 이란군 최고 사령관인 알리 압둘라히는 페르시아만, 오만해, 홍해의 "모든 수출입을" 중단시키겠다고 위협하며 오히려 더 강하게 맞섰다.

사진 출처, EPA
한편 취재진이 테헤란으로 급히 향하는 사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역시 더욱 중재에 속도를 내고 여러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자 테헤란을 찾았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란 간 2차 회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파키스탄의 중재로 다시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했다. 2주간의 휴전이 연장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군사 행동, 적어도 가장 격렬했던 국면은 현재로서는 끝났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국민들이 조국의 미래에 저마다 다양한 견해를 내놓는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가 시작한 지 아직 4달 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란 국민들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 진압으로 이어진 전국적인 시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외부와의 전쟁, 광범위한 인터넷 차단 조치 등 수많은 일을 견뎌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란인들은 설령 협상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자국 경제를 마비시킨 제재가 해제되고, 그들이 원하던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리즈 두셋 BBC 수석 국제 특파원은 그 어떠한 취재 내용도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 하에 테헤란에서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는 이란에서 활동하는 모든 국제 언론사에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