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8.4%만 업무에 AI 사용'... 일본의 AI 도입이 더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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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마이클 피츠패트릭
- 기자, BBC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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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노동력 부족, 인구 고령화, 만성적인 생산성 문제 등에 직면한 일본은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일 것만 같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 비해 많은 기업들이 AI 기술 도입을 머뭇거리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AI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은 일본의 느릿느릿한 전통 가무극인 '노'를 보는 듯하다.
무대 위 가면을 쓴 인물들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조차도 매우 엄숙한 분위기에서 정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행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배우들은 마치 제자리에 얼어붙은 듯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는 데야 좋겠지만, 한 나라가 당장 눈앞에 마주한 난제를 해결하기에는 상당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업무 현장에서의 AI 활용 현황을 보여주는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뒤처진 듯한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 중 업무를 위해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8.4%에 불과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별도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비율은 50%, 영국은 32%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2번째로 높은 AI 도입률을 기록하며, 아시아에서는 1위로 알려진 싱가포르의 경우, 근로자의 56%가 AI를 "일주일에도 여러 번"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AI 도입에 머뭇거릴까.
미국의 스타트업 '쿠스 AI'의 공동 창업자인 오스틴 쉬는 일본 기업들의 보수적이고 위험 회피적인 성향에 주목한다. 쿠스 AI사는 최근 일본 기업들에 자사의 AI 시스템을 판매하고자 일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쉬는 "몇몇 조직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대다수의 동의와 승인을 구하는 문화, 각종 업무 절차 등으로 인해 업무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에서 AI가 하는 실수에 대해서는 거의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어떤 기업은 AI에 맡기느니 차라리 그 자리를 비워두는 편을 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쉬에 따르면 미국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일부 기업은 이미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에이전트에 더 많은 자유를 내주고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AI 동료'가 조력자로서 조직에 들어와 점차 업무 흐름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상사들의 전반적인 태도는, '우선 시도해보고 수정해나가자'입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할 만한 더 많은 증거가 쌓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토 첨단과학대학의 파리사 하기리안 국제경영학 교수 또한 AI 사용을 검토하기에는 일본 기업들이 지나치게 위험 회피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AI 도입의 어려움은 일본 기업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때마다 겪는 어려움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AI 활용, 특히 직장 내에서의 활용이 여전히 상당히 제한적이고 조심스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하기리안 교수는 이를 미국의 비교적 기업가적인 문화와 대조하며, 일본 기업들은 오류와 불확실성, 평판 손상 위험에 매우 민감하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는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글쓰기, 요약, 정보 수집과 같이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핵심 기업 운영이나 의사결정, 전반적인 프로세스 개선에는 그 사용 빈도가 훨씬 낮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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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의료 분야는 AI 도입 속도가 특히 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아직 환자 기록도 완전히 디지털화되지 않았다.
어느 병원 직원은 "종이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마치 석기시대같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정부도 이러한 낮은 AI 도입률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더 많은 기업들이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국회에서는 'AI 촉진법'을 제정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AI 투자를 장려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정부는 "AI를 개발하고 활용하기 가장 좋은 국가"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정부는 AI 활용이 확대되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현재 G7 선진국 그룹 내에서 여전히 최하위의 생산성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무성은 5년 전 11%에 불과했던 도입률이 현재 75%로 상승했다며, 기업의 AI 도입이 이미 상당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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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평가들은 기업들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직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AI를 사용하는 직원들조차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이지대학의 일본 사회 체제 및 기술 전문가인 오가사와라 야스시 교수는 노동 인구 중 기술에 능한 인재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다루는 것은 좋아하지만, 디지털 문해력은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올해 초 발표된 한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문제로, 일본은 2030년까지 약 80만 명의 IT 전문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체 시스템의 약 60%가 20년 이상 되는 등, 많은 기업들이 노후화된 컴퓨터 시스템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오가사와라 교수는 일본 기업들에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보다는 실업률 증가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AI, 재교육, 디지털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 고용 유지가 최우선 과제이기에 인력을 디지털 역량에 맞게 적응시키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채용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일부 기업들은 졸업생 신입사원 채용 시 'AI 활용 능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지난 4월 대형 종합상사인 '가네마쯔'에 입사한 야마구치 우타도 그중 하나다.
야마구치는 "업무 시 AI를 꽤 자주 사용한다"면서 "많은 동료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상사에게 이메일을 쓸 때, 복잡한 문서를 요약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고 요약하는 데 사용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야마구치 또한 여러 단계로 구성된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AI 시스템은 일본에서 거의 드물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선구적인 태도로 유명한 가네마쯔사는 최근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가사와라 교수는 "일본에서 변화는 제한적"이라며 "일본 사회는 고통 없는 개혁을 기대하기 때문에, 과감한 개혁은 어렵다"고 표현했다.
'파괴적 혁신'을 싫어하는 문화일지라도, 이러한 과감함 없이는 일본 사회에 필요한 생산성 향상은 이뤄내기 힘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