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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꺼리는 여행객 늘어난 이유
- 기자, 린지 갤러웨이
- 기자, BBC 뉴스
- 읽는 시간: 6 분
당초 올해는 미국 관광 산업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크게 늘어난 공항 대기 시간과 고조되는 반미 정서로 인해 일부 여행자들은 당초 세웠던 미국 여행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이 최대 4시간에 달하는 대기를 견뎌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미 연방교통안전청(TSA) 24년 역사상 최장 대기 시간 기록이다. 이 사태의 원인은 현재 7주째로 접어들며 미국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 연방 정부의 '부분 업무 정지(셧다운)' 때문이다.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TSA 검색 요원들은 한 달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근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이 병가를 냈고, 500명 이상이 사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3월 30일 서명된 대통령 지침을 통해 TSA 직원들의 급여가 복구되고 공항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조치가 시작됐다. 그러나 그동안 보도된 뉴스 헤드라인과 공항에 길게 늘어선 인파 사진들은 미국 여행 및 관광업계가 직면한 악재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로 남았다.
이번에 발생한 여행 차질 사태는 미국 입장에서는 더없이 나쁜 시기에 닥쳤다. 미국은 올여름 FIFA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고, '66번 국도(Route 66,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군 산타모니카까지 이어지는 약 3,945km 길이의 도로)' 개통 100주년과 2026년 독립 선언 25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다. 평년 같았으면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도 미국 관광 업계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좋지 않은 대외 인식과 인기 없는 정책들이 맞물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관광 바로미터(World Tourism Barometer)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국제 관광 시장이 4% 성장하는 동안 미국 관광 산업은 오히려 5.4% 감소했다. 특히 2025년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2024년 대비 22% 급감해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국 공항 내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의 지속적인 배치는 미국의 이미지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본래 TSA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투입됐으나, 미 교통부 장관은 이들이 "필요한 만큼 계속"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CE 요원들은 항공 보안 전문 교육을 받은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여행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태생의 미국 귀화 시민권자인 산드라 아워델레는 공항 내 ICE 요원 배치가 늘어난 이후 경계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아워델레는 "ICE 요원이 시민권자일 수도 있는 사람을 일단 구금했다가 나중에 잘못이 밝혀지면 사과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면서, 내가 입국하려는 공항에 ICE 요원들이 많이 배치돼 있으면 여행 계획을 여러 차례 변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이제는 내가 잘 모르는 절차나 규정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공항 내 ICE 요원 배치는 일부 외국인 여행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급격한 정책 변화 중 하나일 뿐이다. 2025년 12월 제안된 트럼프 행정부의 안건에 따르면 영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포함한 42개 비자 면제국 방문자들은 입국을 위해 5년치 소셜미디어 활동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이 제안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일부 여행자들은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민권 변호사이자 '오샨 앤 어소시에이츠(Oshan & Associates)'의 파트너 변호사인 에반 오샨은 "법은 바뀌지 않았지만, 체감하는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연방 요원들이 기존 권한의 경계를 최대한까지 밀어붙여도 된다고 느낀다면, 그것 자체가 정책 변화입니다. 이는 의회의 입법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정책으로 촉발된 반미 정서와 더불어 공항 대기 시간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부 여행자들은 지금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컨퍼런스와 회의 참석을 위해 연간 서너 차례 미국을 방문해온 요한 콘스트는 여전히 미국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방문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훨씬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문제든 나토(NATO) 관련 발언이든, 혹은 유럽 국가들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든 현재의 분위기는 유럽을 동맹이라기보다 적대국처럼 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인 개인이 나를 불쾌하게 만든 적은 없지만, 이러한 관계 변화가 나를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처럼 느끼게 합니다."
콘스트는 이러한 느낌만으로도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어떤 출장이 정말 필요한지 스스로 따져보게 된다"고 말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선별적으로 출장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최근 몇 달 사이 암스테르담발 미국행 항공편이 눈에 띄게 한산했다고 덧붙였다. "여러 번 옆 좌석이 모두 빈 상태로 한 줄을 혼자 쓰며 비행했습니다."
독일에 거주하며 렌탈 플랫폼 '바이크스 부킹(Bikes Booking)'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로 일하는 아니타 슈라이더 또한 올해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시카고에서의 비즈니스 미팅과 서부 해안을 따라 거대 세쿼이아 나무를 둘러보는 관광 일정을 함께 계획 중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 여행자들이 미국 방문을 자제하려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슈라이더는 "내 지인들 중 일부는 미국의 국제적 행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번 여름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있어 이는 특정 정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미국을 여행하는 것이 편안하지 않았던 것이죠."
일부 미국 현지 투어 업체들은 해외 방문객들이 현지에 왔을 때 겪는 실제 경험이 예상과 다르다고 말한다. '내슈빌 어드벤처(Nashville Adventures)'의 설립자이자 역사학자인 폴 휘튼은 "사람들이 마찰을 예상하며 긴장감을 안고 입국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시스템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류를 미리 준비하고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의 만족도는 정책보다 준비 정도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오샨 변호사 역시 이에 동의하며 방문 목적을 증빙할 서류를 지참하고 자신의 권리를 숙지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국경에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미국 영토에 들어오면 헌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권리는 당당히 주장할 가치가 있으며, 침해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미국 관광 업계 단체인 '미국 여행 협회(US Travel Association)'의 에릭 한센 정부 협력 부문 총괄은 여행객들의 막연한 불안과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공항이 입국 절차를 간소화해 대기 시간을 줄였으며, 일부 공항에서는 신발을 벗지 않는 보안 검색 절차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휘튼 역시 "정책은 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일반 여행자의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며 "미국은 여전히 접근성이 높고 방문객을 환영하는 여행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당분간 미 당국의 안심시키려는 행보와 여행자들의 불안 사이의 간극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TSA 관계자들은 신규 요원 교육에 4~6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으며, 이는 인력난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에 월드컵이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 셧다운 역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항공권 가격 상승과 불안 요인을 키우고 있는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 역시 쉽게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스트는 여전히 미국의 매력을 인정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인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나온 정책들 때문에) 예전만큼 자주 방문할지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