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독감 검사 받으면 혼나'...왜 유치원 교사들은 고열에도 출근하나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 읽는 시간: 9 분

"우리 아이는 근무하다가 쓰러졌는데 유치원 쪽에서는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지난 1일, 부천의 한 공원에서 만난 사립 유치원 김 교사의 아버지는 눈물을 참느라 계속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딸은 독감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근무를 이어가다 쓰러졌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 2월 14일 숨졌다. 26세, 사회생활 2년 차 청년이었다.

고인이 유치원 측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몸 관리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해요"였다.

아이들을 유난히 예뻐했던 김 교사는 어린 시절부터 유치원 교사를 꿈꿨다. 아버지는 딸에 대해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고, 성격도 다정다감했다"고 말했다. 가족에게도 늘 힘을 실어주는 정 많은 장녀였다고 한다.

"제가 야간 일을 나갈 때면 '아빠 야간 일 열심히 하시고 파이팅, 사랑해'라고 꼭 말하고 나갔어요. 얼굴을 못 보면 쪽지라도 남기고 출근하던 아이였습니다."

유가족에 따르면 김 교사는 지난 1월 중순, 유치원 발표회 준비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업무가 겹치며 과중한 업무를 이어갔다. 낮에는 유치원에서, 퇴근 이후에는 자택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아버지 김 씨는 "주말에도 카페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며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이 가운데 독감 증세가 시작됐고,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 교사는 30일까지 출근을 이어갔다.

당시 김 교사가 근무하던 유치원에서는 독감이 확산 중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9일에는 독감으로 결석한 원아가 9명 수준이었으나 김 씨가 아프던 주간에는 결석 인원이 30명까지 늘어난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죽을 사다 줬는데 한 숟가락도 못 먹더라고요.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어요."

40도 고열에도 일한 딸의 마지막 메시지

독감 판정을 받은 다음 날도 출근은 이어졌다. 유치원 측에 독감 확진 사실을 알렸지만 '나오지 말라'는 별도의 지시는 없었다.

김 교사는 원장에게 "원장님, 독감 검사를 했는데 B형 독감이라고 해요. 몸 관리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수액 맞아서 증상은 금방 호전될 것 같습니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원장은 이를 확인한 뒤 "네ㅠㅠ"라고만 답했다.

가족들은 출근을 강하게 만류했다. 38도를 넘는 고열 속에서 일을 이어가던 김 교사는 1월 30일 낮 12시 30분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은 뒤에야 조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가 가족 등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실제 퇴근은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날 오후 10시44분께 김 교사는 지인에게 "숨쉬기가 너무 불편해. 흉통이 아파. 기침을 너무 해서. 이럴 땐 어케(어떻게) 해야 해. 기침은 계속 나와."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뒤 다음 날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 이송 직후 의식불명에 빠진 그는 2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나 지난달 14일 결국 숨졌다.

딸이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딸이 잠시 눈을 떴던 짧은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그냥 눈만 마주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 하고 인사하려고 잠깐 깬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아빠가 꼭 손잡고 나갈 거니까 힘내라'고 했던 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딸을 떠나보낸 뒤 가족들은 또 다른 충격을 마주해야 했다고 한다. 사학연금공단에 사망 조위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딸이 이미 '의원면직(자발적 퇴직)' 처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2월 10일, 딸의 이름으로 사직서가 작성되어 있었다.

"우리 아이는 그 때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김 씨의 말이다.

공단 규정상 재직 중 사망해야 조위금이 지급되지만, 퇴직 후 사망으로 처리되면서 유족은 조위금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BBC는 병가 사용 및 의원면직 처리 경위 등에 대한 유치원 측 추가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유치원의 자문 변호사와 유치원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앞서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치원 측 자문 변호사는 사망 이후 행정 처리 과정에서 절차상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는 해당 매체에 "사망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서류를 제출하면서 의원면직 처리가 이뤄졌다"고 말하며, "유족이 처리를 맡긴 것으로 이해해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원장이나 원감이 별도의 이익을 얻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관할 교육지원청은 지난달 30일 해당 유치원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경찰은 원장 등 관계자를 불구속 입건하고, 2일 유치원을 압수수색해 숨진 김 교사의 근무 기록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 걸려도 출근했다'

현장의 교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감 걸리면 당연히 못 쉬죠. 코로나가 한창일 때 확진 판정을 받아도 출근해야 했는데요."

서울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20대 교사 박효은 씨(가명)는 2022년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당시 박 씨는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 양성 후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유치원에 보고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검사받았다고 원장에게 호된 질책을 들었다"며 "그때 병원에 간 교사는 저 혼자였고, 다른 선생님들은 아파도 병원 대신 타이레놀로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염병에 민감해야 할 유치원이 감염 여부보다 '결근 여부'를 더 문제시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박 씨는 "법정 감염병 확진을 받은 것이 마치 잘못된 행동처럼 치부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다른 유치원으로 옮긴 뒤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박 씨는 대학병원에서 성대 결절 수술을 권유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을 때도 겨우 개인 휴가를 내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휴식 후 돌아온 유치원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박 씨는 "교사 단톡방에서 내가 쉬는 대신 어떤 페널티를 줄지 투표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패널티로) 아침 7시 당직을 계속 맡길지, 업무를 더 얹을지 투표로 정하는 걸 보며 '나는 이곳에서 보호받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산에서 일하는 이예림 씨(가명·36) 역시 근무기간 동안 한번도 병가를 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사립 유치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주변 동료 교사들이 아파서 쉬는 경우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법정 감염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씨는 "무엇보다 검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고, 그러면 근무를 못 하게 되니까 애초에 검사 자체를 못 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안에 누가 돌아가셔도 출근해야 하는 걸요...아무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이고, 제 자리를 대신 채워줄 선생님이 안 계신거에요. 특히 사립은요."

실제로 사립 유치원 교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절반 가까이가 2년이 되지 않는다. 대체 교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지난달 29일 유치원 정보 공시 사이트 '유치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전국 사립 유치원 교사 4만430명 가운데 근속 1년 미만 교사가 29%에 달했다. 1년 이상~2년 미만은 19.7%였다.

그는 특히 초년생 교사들이 이러한 구조 속에서 더 취약하다고 했다.

"연차가 어린 선생님들은 원장 눈치, 선배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고, '네가 안 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분위기까지 감당해야 하죠. 사회 초년생일수록 심적으로 위축돼 아파도 말을 못 하고 그냥 버티는 경우가 많아요."

미작동 중인 '병가 제도 매뉴얼'

한편, 각 시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교원 인사 실무 매뉴얼'을 통해 병가를 1년에 최대 60일(공무상 병가는 180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송대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자문위원이 202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56.5%였다. '아예 병가가 없다'고 답한 교사도 53.3%에 달했다.

매뉴얼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병가를 쓰려면 교사가 직접 대체 인력을 구하거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립 초·중·고등학교는 법인 형태로 운영되지만,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설립·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유치원 가운데 국공립 비율은 29.4%에 불과하고, 사립은 70.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OECD 평균(국공립 68.6%, 사립 31.4%)과 정반대의 구조다.

이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개별 유치원과 그 운영 주체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원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교육국장은 "현재 유치원 현장은 담임 외 교원이 없는 구조이고, 대체 인력 체계도 상시화돼 있지 않다"며 "한 명이라도 빠지면 다른 교사가 그 공백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아파도 쉬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감염병 상황에서도 병가가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교사가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BBC의 질의에 법적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복무 규정은 있지만, 매뉴얼 성격이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다"며 "연가나 병가 일수 기준은 있지만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권한이 큰 구조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지 여부를 교육청이 직접 개입하거나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대체인력 채용 역시 원장이 비용을 부담해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청은 "유치원 교사들의 교육 여건을 다시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현행 학교보건법은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에 적용되며, 감염병 발생 시 등교 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무 규정이 아닌 재량 규정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감염병에 걸린 교직원에 대해 '명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는 현장을 바꿀 수 없다"며 "영유아를 직접 돌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의무조항으로 반드시 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이 보호받길'

현장의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효은 씨는 "교사가 부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창구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에서 교사들을 위한 힐링 연수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보다 병가 사용 등 실제 근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버지 김 씨는 지난 1일과 3일 거리로 나가 기자들과 시민들 앞에 섰다.

그는 딸의 사망이 직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유치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바란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남겨진 가족의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이런 아픔이 다른 가족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동생이자 김 씨의 둘째 딸은 교사를 꿈꾸며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김 씨는 "우리 큰 아이는 끝까지 아이들 생각하면서 일했다"며 "아프면서도 '죄송하다'고 했던 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곳이 없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영상: 이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