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성을 물려받아 자랑스러워요'…조롱에 맞서는 케냐 남성들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사이먼 마차리아 왕구이
사진 설명, 사이먼 마차리아 왕구이는 어머니의 이름을 성으로 선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 기자, 바실리오 루캉가
    • Reporting from, 나이로비
  • 게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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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는 전통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성으로 물려받지만, 최근에는 어머니의 이름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케냐 최대 민족 집단인 키쿠유족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가진 남성들은 논쟁의 대상이 되거나, 경우에 따라 조롱을 받기도 한다.

어머니의 이름을 가진 여성과 여자아이들은 같은 비난을 받지 않는다. 또 여성들은 결혼한 뒤 남편의 이름을 자신의 성으로 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쓰는 남성이 늘어나는 현상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과 그 영향력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반면 어머니의 이름을 성으로 물려받았거나 스스로 선택한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가진 남성이 주요 직책에 오른 모습을 보기 드물었지만, 이제는 존 느주구나 완지쿠 의원처럼 그런 성을 가진 정치인도 여러 명 있다.

한부모 가정에서 어머니 손에 자란 그는 2021년 처음 당선됐으며, '완지쿠의 아이'라는 뜻의 '카-완지쿠'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완지쿠처럼 태어날 때부터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받은 사람도 있지만,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직접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키기아 와 에스더’로 알려진 케냐 음악가 피터 키기아의 사진

사진 출처, Kĩgia wa Esther/Facebook

사진 설명, 케냐 음악가 피터 키기아가 "어머니의 이름을 따른다는 것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남성의 성에 관한 관행을 일찍부터 깨뜨린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케냐 음악가 피터 키기아다. 그는 어머니의 이름을 예명으로 택했다.

현재 60대인 '키기아 와 에스더'는 '에스더의 아들 키기아'라는 뜻이다. 그는 키쿠유어 가사에 빠르고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가 더해진 민속음악 벵가를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BBC에 "어머니의 이름을 따른다는 것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음반사 이름도 '와 에스더 프로덕션'으로 등록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음악계에서는 이런 이름이 어느 정도 특별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젊은 남성 음악가들도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수도 나이로비의 광고판에는 와이타카 와 제인, 90K 카 음소처럼 어머니의 성을 쓰는 공연자들의 포스터가 자주 붙는다.

다만 이들의 공식 이름은 여전히 남성 이름이다.

언론인 사이먼 마차리아 왕구이는 BBC에 어머니의 이름을 공식 성으로 일부러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대부분을 함께하지 않았고 "존재한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인 아버지를 두고 "없는 공로를 왜 누군가에게 돌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2003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12살이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출생증명서를 신청하기 전까지는 성이 없었다.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가진 방송인 에번스 키베 와체케는 일부 케냐인들이 여전히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도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에 "특히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 사람들이 규율이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의 성을 갖는 것의 장단점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은 2년 전 유명 동기부여 연설가 로버트 부랄레가 이것이 남성성을 훼손한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방송인 프레드 무이티리리는 여성의 성을 가진 채 살아오며 겪은 어려움을 공개했다. 그는 결국 어머니의 이름을 버리고 영어 이름과 키쿠유식 이름만 쓰기로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로 가득한 방에서 남자아이가 여자 이름으로 불리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아느냐"고 썼다.

이어 "그런 경험들 때문에 23살에 우울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작명 관습을 연구하는 키쿠유 문화 전문가 와이리무 무쿠루의 사진

사진 출처, Wairimũ Mũkũrũ/Facebook

사진 설명, 전통적인 작명 관습을 연구하는 키쿠유 문화 전문가 와이리무 무쿠루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거나 아버지가 아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어머니의 큰오빠가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젊은 키쿠유 문화 전문가 와이리무 무쿠루는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주된 이유로 한부모 가정, 특히 홀어머니 가정이 훨씬 흔해진 점을 꼽는다.

다만 그는 미혼 여성의 아들들조차 보통 남성의 이름을 성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이는 문화적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BBC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거나, 아버지가 아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어머니의 큰오빠가 그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쿠루는 이렇게 할 경우 아이에게 재산 상속권이 생기기 때문에 때로는 꺼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키쿠유 문화단체 키아마 키아 마의 관계자 무궤 와 느주히도 홀어머니의 남성 친척들이 상속 분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설에 따르면 키쿠유족이 공동체 최초의 부부인 기쿠유와 뭄비의 열 딸에게서 혈통을 이어왔다고 보기 때문에,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쓰는 것을 그렇게 경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BBC에 "나는 씨족으로는 뭄부이다. 이는 딸들 가운데 한 명인 왐부이에게서 유래한 이름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늘 여성들과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키쿠유족은 신화 속 시조 어머니의 이름을 따 '뭄비의 집안'으로 자주 불린다.

원로 음악가 와 에스더도 키쿠유 남성들이 여성의 이름을 쓰는 것을 비판하는 다른 공동체 사람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흰 셔츠에 회색 트위드 재킷을 입은 고(故)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이름으로 불렸다

학자 조지 가티기는 키쿠유 남성들이 전통적으로 어머니를 통해 자신을 소개해왔을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관행이었으며 여성의 이름을 공식적인 성으로 쓰는 현상은 새롭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일부다처제가 더 흔했던 시절에는 한 집단 안에서 아이들을 구분하기 위해 어머니의 이름으로 불렀다. 문화적으로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이름의 종류가 많지 않아 혼동을 피할 필요도 있었다.

아버지 시옹오 와 은두쿠에게 네 명의 아내가 있었던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는 회고록 '전쟁의 시대에 꾼 꿈'에서 성장기 동안 대체로 어머니의 이름을 딴 '응구기 와 완지쿠'로 불렸다고 썼다.

나이로비대학교에서 강의하며 키쿠유 사회 문제에 대해 논평하는 가티기는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여성의 힘"을 반영한다고 본다. 특히 남성들이 책임을 저버리는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BBC에 "문화는 변하며, 이제는 노동 분담을 둘러싼 현대적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남성의 역할로 여겨졌던 일을 여성들이 점점 더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양육받는 이점을 누리지 못하면…어머니가 어머니이자 아버지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현상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이 같은 인식은 여전히 이어지는 반발을 설명해줄 수 있다. 한 블로그는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남성의 목에 씌워진 멍에"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블로그는 이를 "키쿠유 남성을 여성화하고 나약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언론인 왕구이는 여성의 이름을 성으로 사용하는 일이 항상 쉽지만은 않고 일종의 "정체성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그런 이름을 갖고도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