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신발이 패션의 중심에…2026년 '어글리 슈즈' 열풍

특이한 모양의 신발들이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사진 출처, Serenity Strull/ BBC

사진 설명, 특이한 모양의 신발들이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 기자, 엘리 바이올렛 브램리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실용성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묘한 디자인의 신발들이 쏟아지고 있다. 발가락을 따라 끝이 갈라진 운동화부터 '스노퍼(스니커즈와 로퍼의 합성어)'까지, 신발이 이토록 어색하게 보인 적은 없었던 듯하다. 과연 사람들은 왜 이런 신발에 열광하는 걸까?

어떤 이들에게 신발은 그저 대충 골라 신는 소모품이다. 눈에 띄지 않을수록 좋다고 여긴다. 반면 누군가에게 신발은 패션 스타일의 중심이다.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신발'이라 하면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의 아찔한 스틸레토 힐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굽은 낮고, 발볼은 넓고, 어딘가 징그럽거나 심지어 감자를 닮은 듯한, 한마디로 '기괴한' 신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상한 신발들

우아함이나 이른바 "세련된 취향"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괴함과 엉뚱함을 과시하는 신발이 있다. 크록스나 장갑처럼 발가락을 하나씩 감싸는 파이브 핑거스 슈즈가 대표적이다. 조나단 앤더슨이 2023년 런웨이에서 다시 소환한 상징적인 개구리 장화 웰리펫도 마찬가지다.

특히 클로그는 오랫동안 실용적인 교정용 신발부터 전위적인 패션 아이템까지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돼 왔다. 파리 브랜드 와이프로젝트가 선보인 로코코풍 문양의 젤리 클로그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브루클린에서 파리까지 트렌드 세터들의 발끝에서 포착되는, 이른바 콧물색 가르다나 원예용 클로그 역시 클로그의 대명사다.

프랑켄슈의 시대

지금 패션계에서는 변이와 혼종이 핵심 키워드다. 서로 다른 신발의 실루엣을 뒤섞은 하이브리드 스타일, 이른바 '프랑켄슈(Frankenshoe)가 대세'로 떠오른 시대다. 이러한 혼종 신발 중 가장 알려진 모델은 '스니커리나'다. 발레 슈즈의 우아함과 운동화의 실용성을 결합한 이 신발은 지난해 패션계를 말 그대로 "제테(jeté·발레의 도약 동작)"하듯 휩쓸었다.

납작하고 넓은 데다 발가락 다섯 개 모양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이 신발은 원래 맨발 보행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개발됐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납작하고 넓은 데다 발가락 다섯 개 모양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이 신발은 원래 맨발 보행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개발됐다

스노퍼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노퍼를 두고 "신발계의 스포크(spork·숟가락과 포크를 합친 식기)"라고 표현했다. 이 밖에도 양말과 부츠를 결합한 삭스 부츠, 클로그 스타일 운동화, 그리고 2000년대 유행의 상징이었다가 최근 조심스럽게 복귀 중인 웨지 스니커즈까지 최근 다시 화제의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가락이 갈라진 신발

이 흐름의 중심에는 '클로븐 토(cloven-toe·발가락이 갈라진 형태)' 디자인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우스꽝스럽고 괴상하게 보이지만,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가 부활한 이후 이 독특한 디자인은 전 세계 패션 애호가들을 사로잡아 왔다. 15세기 일본의 버선에서 영감을 받아 1988년 처음 등장한 타비 슈즈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이제는 발가락이 갈라진 디자인을 선보이지 않는 운동화 브랜드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어글리 슈즈' 가운데 가장 과감한 사례는 단연 MSCHF의 빅 레드 부츠일 것이다. 발을 보호하기보다는 밈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것처럼 보이는 이 신발은 2023년 출시 이후 수많은 스트리트 패션 애호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처럼 기이한 신발 가운데 일부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하나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뉴스레터 '패션 팅즈(Fashion Tingz)'를 운영하는 저네이 필립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반응을 끌어내고, 대화의 소재가 되며, 마치 시각적 밈처럼 기능하는 패션 아이템을 즐기고 있습니다."

‘젤리 클로그’는 원예용 클로그에서 유래한 기발한 스타일 중 하나다

사진 출처, FarFetch

사진 설명, '젤리 클로그'는 원예용 클로그에서 유래한 기발한 스타일 중 하나다

실제로 이런 기묘한 신발들 가운데 상당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덜 과감한 디자인의 제품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스니커리나는 큰 화제를 모으며 지난해 글로벌 패션 리서치 플랫폼 리스트가 선정한 가장 핫한 제품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노퍼

스니커즈의 또 다른 변주인 스노퍼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의 브렌던 던은 BBC에 "메리 제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니커즈 매출이 2026년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350% 이상 증가했다"며 "이 트렌드가 단순히 잡지 화보나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자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스노퍼 모델인 뉴발란스 1906L은 "출시 이후 스탁엑스에서만 1만3000건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스포츠와 패션, 그리고 약간의 예상 밖 디자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실루엣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상당합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기존 틀을 벗어난 신발에 끌리는 걸까? 필립스에 따르면 이런 기이함 자체가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하나의 신호와 같다. "의도적으로 어색하거나, 서로 다른 요소를 뒤섞었거나, 예상 밖 디자인을 가진 신발은 전체적인 스타일의 단정함을 깨뜨립니다. 동시에 그 사람을 더 주관이 뚜렷하고 문화적으로 해박하며, 지나치게 꾸민 느낌이 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죠."

최근 패션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아는 사람은 아는(If You Know You Know·IYKYK)' 문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시장조사업체 버브의 멕 팔머는 갈라진 앞코 디자인의 신발에 대해 "메종 마르지엘라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이 특정 서브컬처의 일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흐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앞코가 갈라진 디자인이 보다 대중화되고 여러 브랜드에서 차용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여전히 특정 지위의 상징적인 코드로 남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요? 그 시점이 오면 사람들은 더 '못생긴' 스타일을 찾아 나설지도 모릅니다."

'언밸런스 슈즈' 이론

이처럼 파격적인 신발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2023년 틱톡에서 유행한 앨리슨 본스타인의 '언밸런스 슈즈 이론(wrong-shoe theory)'이었다. 그는 전체 스타일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신발보다, 어딘가 어색하거나 예상 밖인 신발을 매치하는 편이 오히려 스타일에 개성을 더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켄슈야말로 가장 의도적으로 어긋난 파격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스노퍼는 한때 “신발계의 스포크(spork·숟가락과 포크를 합친 식기)”로 표현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New Balance

사진 설명, 스노퍼는 한때 "신발계의 스포크(spork·숟가락과 포크를 합친 식기)"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교하게 관리되는 온라인 미학에 대한 일종의 해독제로 볼 수 있다. 필립스는 "이런 신발들 상당수에는 일종의 '안티 퍼펙션(anti-perfection)' 감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개인의 스타일까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비되고,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최적화되는 시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특한 신발은 개성이나 유머 감각, 안목, 너무 뻔한 스타일을 거부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드러내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팔머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조악한 AI 생성 콘텐츠와 지나치게 완벽한 인스타그램 피드, 예측 가능한 알고리즘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못생긴' 신발은 온라인의 완벽함과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신발들은 어딘가 아나키즘적인 면모도 지닌다. 팔머는 "댐슨 매더 스타일의 아주 여성스러운 프릴 드레스에 나이키 에어 리프트 같은 발가락 분리형 운동화를 매치할 수도 있다"며 "이는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과 성 역할 규범에 대한 반항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실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은 패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문화 전반에서 서로 다른 영역이 뒤섞이는 일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베이킹 세계에서 크루아상과 도넛, 쿠키가 끊임없이 결합하며 새로운 디저트가 탄생하는 '프랑켄 페이스트리(Franken-pastries)' 열풍도 그 예다. 필립스는 "이런 혼종 신발은 더 넓은 문화적 융합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일과 휴식의 경계, 남성과 여성이라는 규범, 하이패션과 실용성 사이 구분이 점점 흐려지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프로치 슈즈

그는 또 "기능성 의류와 스포츠웨어, 정형외과적 디자인, 럭셔리 패션, 인터넷 미학 사이의 경계 역시 계속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는 하이킹이나 회복, 맨발 걷기처럼 순전히 기능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들이 이제는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기존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흔들기 때문이죠."

어프로치 슈즈(The approach shoe)는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로, 하이킹화와 암벽화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신발을 말한다

사진 출처, Keens

사진 설명, 어프로치 슈즈(The approach shoe)는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로, 하이킹화와 암벽화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신발을 말한다

최근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어프로치 슈즈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하이킹화의 편안함과 암벽화의 강한 접지력을 결합한 이 신발은 기능성과 스타일 사이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 사례다. 객관적으로 보면 다소 투박하고 전통적인 의미의 예쁜 신발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묘하게 시선을 끌고, 동시에 뛰어난 실용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감자 같은 신발'이 인기를 얻는 데에는 결국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특히 원예용 클로그처럼 투박한 신발의 경우, 핵심은 아주 명확하다. 팔머는 "반항심이나 AI 콘텐츠 피로감, 취향과 계급 코드에 대해 거창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고 말했다. "그냥 정말 편하거든요." 실제로 내가 신는 어프로치 슈즈 역시 마치 폭신한 식빵을 발에 끼운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 편안함을 마다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