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MI5 국장, 러시아·이란·인공지능발 국가 위협 경고

동영상 설명, 국가 위협과 AI … MI5 국장 연설의 핵심은?
    • 기자, 프랭크 가드너
    • 기자, 안보 담당기자
    • Reporting from, 템즈 하우스
    • 기자, 아담 골드스미스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영국 정보기관(MI5)의 켄 매캘럼 국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국가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냉전 시기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캘럼 국장은 지난 10년 동안 외국 적대 세력으로 인한 위협이 4배로 증가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를 "제1의 침략자"로 규정했다. 아울러 이란과 연계된 유대인 관련 시설 및 군사 기지에 대한 공격도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에서 열린 이번 연례 연설에서 매캘럼 국장은 인공지능(AI) 관련 위협도 언급했다. AI가 "공격자와 방어자 간의 사이버 보안 경쟁을 부추기는" 현시점에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극우 테러리즘" 관련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MI5는 드론에 AI 기술을 통합하는 등 "AI를 악용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매캘럼 국장은 AI의 오용으로 인한 가장 큰 위협으로 극단주의 세력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생물무기를 개발하거나 기존 생물무기를 활용하는 상황을 들었다.

다만 그는 테러와 국가 차원의 위협에 대응하는 업무가 이제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되었다고 강조하며, 이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거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편 매캘럼 국장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상대로 "전통적인 군사 충돌"을 벌이는 대신 유럽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했으나 "진전은 미미한 반면, 대가는 끔찍할 정도로 크다"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 전쟁 또는 공격이란 사이버 공격, 파괴 행위, 허위 정보 유포와 같은 비군사적 수단으로 적을 압박하고 불안하게 하는 행위를 일컫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이러한 공격은 대리 세력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러시아는 이를 반박하는 증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한 개입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매캘럼 국장은 MI5가 영국 내 러시아 스파이를 찾아내 추방하는 데 성공하면서 러시아는 돈을 주고 고용한 대리 세력에 의존해 이러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의 1000명이 추방됐다"며 "이에 러시아의 전통적인 비밀 활동 기반이 무력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수단도 약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그들은 범죄자들에게 돈을 주고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는 전략적 우위를 점한 강대국의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유럽 전역의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그들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한편 연설 이후 질의응답에서 매캘럼 국장은 러시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개입했다는 앤디 버넘 총리의 최근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국장은 모스크바 측의 시도가 있었다는 점은 "새로운 소식은 아니"라고 답하면서도 "개입 시도"와 "결과 달성"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언론과 "이른바 인터넷 트롤'과 '봇 농장'"이 브렉시트 논쟁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서도, 2016년 국민투표 결과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트롤들을 마치 10피트(약 3m)나 되는 거인처럼 과장하면, 오히려 적들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일 수도 있습니다."

연설 중인 켄 맥컬럼 국장
사진 설명, 런던 중심부에 자리한 MI5 본부에서 연설 중인 맥컬럼 국장

한편 매캘럼 국장은 이란 또한 영국 내에서 하이브리드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년 동안 이란과 관련된 활동으로 50명이 체포됐다는 것이다.

매캘럼 국장에 따르면 이란과 관련된 이러한 공격 행위는 대부분 유대인 커뮤니티를 겨냥했으며, "군사 시설과 같은, 더 방어하기 어려운 목표물"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매캘럼 국장은 'RAF 페어퍼드 기지'에서의 체포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선 기자들에게 "유일한 사례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영국에서 RAF 페어퍼드 기지 외에도 이란의 관심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스터셔에 위치한 RAF 페어퍼드 공군기지 인근에서 수상한 밴 3대가 주차된 채 발견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영국 대테러 경찰은 7명을 체포했으나, 이들은 보석으로 석방됐다.

버넘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 "거의 확실하게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캘럼 국장은 이번 연설에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고용된 폭력배이든 해외의 배후 세력이든, 영국 거리에서 혼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외국 세력을 위해 영국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을 겨냥해 2023년 제정된 '국가안보법'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 법은 이란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대응하는 데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I로 인한 새로운 위협에 대해서는 "AI로 개인 맞춤형 선전·선동물과 급진적인 내용의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5는 정찰 및 공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악용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을 적발한 바 있습니다. 즉, AI 기반 드론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매캘럼 국장은 AI가 초래하는 생물무기 위협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이 기술이 "위기의 수준 자체를 바꿔놓을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위험은 실재합니다. MI5, GCHQ, MI6 등 영국의 정보당국은 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국 내 AI 보안 연구소와 긴밀히 협력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매캘럼 국장은 "가장 간단히 말해, 인류는 우리 역사상 우리보다 더 똑똑한 상대와 맞서 본 경험이 없다"며 AI로 인해 미지의 위협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에 MI5는 'AI 위협 평가 센터'를 출범시켰으며, 이 센터에서는 정보 출처를 평가하고 "거짓과 현실을 구분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4월, 영국의 테러 위협 수준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테러 공격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매캘럼 국장은 알카에다와 소위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주의 단체들이 여전히 테러 공격을 지휘하고 선동하고 있으며, 테러 위협 수준이 상승한 데에는 극우 테러리즘의 영향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반이민 및 반무슬림 정서에 기반한 극단주의적 불만이 테러 의도로 치닫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매캘럼 국장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극우 테러리즘은 "청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MI5는 최근 몇 달간 "영국 내의 급진화된 13세 극우 청소년"을 수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수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MI5의 국제 파트너 기관 중 한 곳은 자신들의 영토에서 발생할 뻔한 치명적인 테러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