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더 이상 우크라전 승리 주장할 수 없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BBC 인터뷰

동영상 설명,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푸틴 대통령 집권 하에 핵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 기자, 스티브 로젠버그
    • 기자, BBC 러시아어 서비스 에디터
    • Reporting from,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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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노바야 가제타'의 사무실이 자리한 모스크바의 어느 건물 복도에는 이제 침묵만이 감돈다.

지독한 적막감만이 물밀 듯 밀려들어온다.

노바타 가제타의 편집장이었던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신문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라토프가 30여 년 전 공동 창간한 노바야 가제타는 인권 침해 실태와 고위층 부패를 폭로하며 러시아에서 가장 거침없는 독립 언론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1년, 무라토프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노벨 위원회는 "체젠 전쟁에 대한 폭로 기사를 썼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를 포함해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6명이 살해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들의 용기 있는 보도에 대한 인정이었다.

그러나 노벨상도 신문사를 지켜주지는 못했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 신문의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사진 설명,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한 유니세프의 인도주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2021년 수상한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무라토프는 "푸틴이 칙령을 발표해 우리 신문의 인쇄 설비는 모두 국유화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사 등록도 취소됐습니다."

노바야 가제타는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해당 언론사의 당국이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탓에 간신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 밖에서, 혹은 VPN을 통해서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이 신문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더욱 거세진 러시아 당국의 표현의 자유 탄압을 보여준다.

무라토프는 "수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외국의 대리인', '극단주의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됐다. 그 수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수치는 제각각이지만,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 작전'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수감된 이들이 최소 1500명입니다. 이는 KGB(비밀조직)가 활동하던 소련의 서슬 퍼런 시절보다 3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실제로 1975년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반체제 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자신이 알고 있는 소련 정치범 120여 명의 이름을 열거했다. 10년 뒤, '국제 앰네스티'는 당시 소련 내 양심수 규모가 600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수갑을 차고 피고인석에 서 있는 안토니나 파보르스카야, 콘스탄틴 가보프, 세르게이 카렐린, 아르툼 크리거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안토니나 파보르스카야, 콘스탄틴 가보프, 세르게이 카렐린, 아르툼 크리거 등 언론인 4명은 극단주의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2022년 크렘린궁이 단기간의 성공적인 '군사 작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은 현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됐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러나 무라토프는 "절대 '승리'라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거의 5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어떻게 끝나든 간에 더 이상 승리로 간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두 슬라브 국가가 100만 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을 산산조각 내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승리가 있을 수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수는 있겠지만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파괴'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상황이 계속 악화해 핵전쟁으로까지 치닫는 것입니다."

그는 정말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서 핵무기를 꺼내 들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일까.

무라토프는 "'푸틴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푸틴은 저것을 두려워합니다'고 말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 전부 사기꾼들"이라며 "점성술과 다를 게 없다. 푸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저는 오로지 언론인으로서 상황을 바라볼 뿐입니다. 저는 빅데이터를 연구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핵무기 사용의 필요성이 500차례 이상 언급됐습니다. 광인들이 하는 말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국영 TV에서 이러한 논의가 오갑니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는 한 연사가 핵무기 사용을 좋은 것, 유리한 것처럼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2월 대규모 우크라이나 침공을 발표하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무라토프는 "말해보자, 안보가 강화됐나?"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러시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창고를 공격하고 있고, 유가 위기가 심화하고 있으며, 모바일 인터넷이 (간헐적으로) 중단되고, 사람들이 정치범으로 잡혀간다. 이래도 안보가 강화됐다고 보는 게 맞냐"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 출처, STRINGER/EPA/Shutterstock

사진 설명,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본토 깊숙이 위치한 러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창고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상 푸틴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무라토프는 여전히 그가 철저하게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본다.

"죄송하지만, 러시아 내부 엘리트층이 분열하고 있다느니, 비밀 음모가 있다느니, 그런 소문은 믿지 않습니다. 이 나라는 푸틴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그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그의 주요 지지 기반인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여러모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한편 무라토프는 자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만큼 서방 세계에 대해서도 별다른 환상을 품고 있지 않다.

"푸틴은 유럽 지도자들의 진정한 가치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푸틴에게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푸틴은 그저 크게 웃어넘길 뿐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도자들은 또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와 석유,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 온갖 것을 두고 협정을 체결하거나,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인권의 가치를 설교하는 이들의 진정한 가치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무라토프는 '외국의 대리인'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꼬리표는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되면 교직에 종사하거나, 선거에 참여할 수 없으며, 심지어 아파트를 매각하더라도 그 자산에 접근할 수 없는 등 여러 권리가 제한된다. 또한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고, 내부의 적이라는 인식을 조장한다.

그러나 무라토프는 자신이 얼마나 탄압받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감옥에 갇힌 동료들의 상황을 더욱 알리고자 했다.

"지금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웃 나라에서 벌어지는 토지 강탈에 대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였던 러시아 정치범들에 대해 전 세계 그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소아과 의사 나데즈다 부야노바(68)의 사진
사진 설명, 우크라이나 태생의 소아과 의사 나데즈다 부야노바(68)는 직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다는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폴더를 열어 큼지막한 사진 뭉치를 꺼내 들었다. 수감자들의 사진이었다.

그중 한 장에는 극단주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언론인인 안토니나 파보르스카야, 콘스탄틴 가보프, 세르게이 카렐린, 아르툼 크리거가 찍혀 있었다. 이들은 사망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끌던 반부패 단체와 연루된 혐의를 받았다.

알렉세이 고리노프의 사진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뒤 러시아 군 당국에 의해 "고의로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수감된 시의원이다.

무라토프는 "그리고 여기 훌륭한 피아니스트, 파벨 쿠슈니르도 있다"고 덧붙였다.

"라흐마니노프와 슈베르트를 탁월하게 연주하는 연주자죠."

쿠슈니르는 반전 동영상을 게시한 뒤 체포됐다.

그리고 무라토프는 영상 하나도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관 속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입니다."

쿠슈니르는 구치소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다 사망했다. 향년 39세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진들과 투옥 소식은 권력의 반대자로 낙인찍힌 개인들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잘 보여준다. 이는 당국과 이들이 치르는 전쟁에 맞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상기시켜준다.

나는 "노벨상 수상자인 만큼 당신이 원하는 대로 말할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무라토프는 "이건 내게 할 질문이 아니"라며 "기회가 있으면 당국에 그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사진이 하나 더 있었다. 올해 4월 촬영한 사진이다.

"이분은 우리 신문사 변호사입니다. 경찰이 우리 사무실을 수색하고 있을 때 건물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수색은 1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들어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편집부국장인 올레그 롤두긴은 현재 가택 연금 상태입니다."

무라토프는 러시아에서 정부에 맞서는 이들이 얼마나 암울한 삶을 살아가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희망의 순간들도 있다.

"우리는 침묵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지지해 줍니다. 모스크바 거리에서 저와 동료들은 감사의 말만 듣습니다. 속삭임처럼 전해주지만,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