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의 2주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있을까

    • 기자, 톰 에징턴, 조슈아 치텀, 케일린 데블린
    • 기자, BBC Verify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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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중개업체 'SSY'가 BBC Verify에 걸프 지역의 선박들이 이란 해군으로부터 허가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할 경우 "표적이 돼 파괴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지난 7일 저녁, 이 좁은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2주간의 휴전이 합의됐으나, 이후로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 세계 핵심 항로 중 하나인 이곳은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면서, 현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5주간 이어진 이러한 혼란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등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줬다. 이를 통해 가장 좁은 지점이 약 33km에 불과한 이 해협에 국제 공급망이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걸프만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칩, 의약품, 비료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물질 운송에도 매우 중요한 길목이다.

휴전 소식에 일단 유가는 하락했으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통행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스 옌센 '베스푸치 마리타임'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운사들은 해협 통과를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정보와 확답을 원하고 있으나, 현재는 그러한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BC Verify가 '마린트래픽'의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휴전이 발표된 이래 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기준 해협을 통과한 벌크선은 NJ 어스, 데이토나 비치, 하이 롱 1 등 단 3척에 그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월 28일 분쟁 발발 이전에는 하루 평균 138척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한편 이 선박 3척이 휴전 덕에 통과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기존에 통과가 계획돼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해운 분석 업체 '케플러'의 아나 수바시치는 "이 선박들의 통항이 휴전에 따른 해협 재개방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이전에 승인됐던 예외 사례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옌센 CEO 또한 "아직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선원들이 안전하게 해협을 건널 수 있다고 확신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미드 '로이드 리스트'의 편집장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서 선주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시기라며 이에 동의했다.

"이란이 여전히 사실상 해협을 장악하고 있으며, 선주들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하지만 그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BBC Verify가 분석한 3척의 항로에 따르면, 이들은 이란 해안선에 근접한 북쪽 항로를 택해 이란 영해로 진입했다. 분쟁 이전에는 선박들이 일반적으로 해협 중앙을 통과하는, 보다 남쪽 항로를 이용했다.

'선박 거의 800척이 발이 묶인 상황'

만약 항로가 재개된다면, 미드 편집장은 화물을 가득 실은 채 발이 묶인 대형 선박들이 우선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거의 800척에 달하는 선박이 몇 주 동안 해협에 발이 묶인 상황입니다. 대부분 화물을 실은 상태이기에, 이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한편 '발틱국제해운동맹(BIMCO)'의 해운 분석가인 닐스 라스무센은 2주로 예상되는 휴전 기간 또한 선박 운항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했다.

"2주간의 휴전 기간이 끝나고 다시 발이 묶일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 걸프만 방향으로 선박들이 대거 몰려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제해운회의소(ICS) 토마스 카자코스 사무총장은 해상 기뢰의 존재 가능성 또한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BBC Verify와의 인터뷰에서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행료 부과

이러한 우려 외에도,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통행료가 부과될 수 있는 보도가 나오면서 선박들은 안전한 통과를 위해 이란에 통행료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옌센 CEO는 "협상 과정에서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고 싶다면 통행료를 내야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 같다"면서 "해운사들은 이러한 비용 지불에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일부 국가는 자국 선박의 안전 통행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통행료 지급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일 수 있으며, 이는 해운사들에게 또 다른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옌센 CEO의 설명처럼, 통행로 지급은 다른 국가와 해운사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쿼드런트 챔버스'의 해운 전문 변호사인 제임스 터너는 제재는 대상이 된 개인, 기업, 단체에 대한 지급을 범죄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 Verify와의 인터뷰에서 제재 대상에 자금을 건네면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며, 미국이 예외를 두지 않는 한 이란에 통행료를 내는 행위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통행이 정상적으로 재개되지 않았음에도, 휴전 발표 이후 몇 시간 동안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는 약 13% 하락해 배럴당 94.80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 이상 하락해 배럴당 95.7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드 편집장은 여전히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휴전 타결은) 긍정적인 신호이기에 유가가 반응했지만, 전 세계 에너지 20%를 담당하는 운송이 곧 회복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추가 보도: 타마라 코바체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