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의 말을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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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동물과의 소통법을 탐구하는 과학 연구에 상금을 수여하는 제1회 '콜러 두리틀 챌린지'가 개최됐다.

그리고 이 대회의 첫 트로피는 특정 돌고래의 휘파람 같은 소리가 인간의 단어와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밝혀낸 미국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동물과의 대화는 한 때 책이나 영화 속 이야기처럼 여겼다. 그렇다면 이는 여전히 허황된 꿈일까, 아니면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공지능(AI)은 인간과 동물의 소통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새로운 소리

이미 기술은 동물의 소통방식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왔다. 일례로 특수 마이크를 사용하면 박쥐가 내는 초음파처럼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생태학 및 생물다양성을 가르치는 케이트 존스 교수는 인간의 귀는 최대 약 20kHz까지 들을 수 있지만, 일부 박쥐는 "최대 212kHz"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존스 교수는 BBC '더 다큐멘터리' 팟캐스트에서 "박쥐는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서로 화가 났거나 두려울 때, 또는 짝짓기 신호로써 소리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기관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해하는 데 익숙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 그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존스 교수는 "새로운 기술은 자연과 인식에 관한 생각을 바꿔놓는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세상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의 발달 덕에 이제는 코끼리가 내는 소리처럼 인간의 귀로 듣기에는 너무 낮은 소리도 포착해 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포틀랜드의 한 동물원을 방문한 생물학자 케이티 페인은 코끼리 근처에 있을 때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2013년 BBC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온갖 놀라운 사회적 행동을 목격했고, 무언가 공기 중에 이상한 진동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녹음 장비를 활용해 이 코끼리들이 초저주파 영역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끼리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이후 페인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둥근귀코끼리들의 삶을 소리를 통해 기록하는 '코끼리 듣기 프로젝트'를 공동 설립했다. 과학자들은 오늘날까지도 미국 코넬 대학교에 보관된 이 프로젝트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는 AI 기술을 접목해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실시간 처리

연구원인 알래스테어 피커링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협력해 나이, 성별, 행동, 심지어 감정 상태 등이 라벨링 된 코끼리 소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AI 알고리즘을 학습시켰다.

그는 "녹음된 소리를 분석하며 '이 구간에는 고통받는 수컷 코끼리가 있다'라는 식으로 표시했다. 그러면 AI는 이러한 표시와 해당 소리의 패턴 간 연관성을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피커링에 따르면 기존 녹음 장치는 몇 달간 현장에 설치한 뒤 시간이 지나 수거 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으나, AI를 활용하면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코끼리가 마을이나 도시로 들어와 농작물을 파괴하는 사례 증가를 예측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는 "현재 단계에서는 아직 어렵지만, 언젠가는 코끼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이 고조됐을 때 내는 음성 패턴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코끼리의 민가 침입의 전조 신호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AI 도구는 완벽하지 않으며, 정확한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피커링은 "이러한 녹음 장치를 야생에 설치하면 새소리부터 빗방울 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함께 녹음된다"고 했다.

그리고 AI는 이 가운데 어떤 소리가 중요한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코끼리가 울 때마다 특정 새도 같이 운다면, AI 도구는 의도치 않게 이 새소리를 코끼리 울음과 연관 지을 수 있다.

따라서 "AI가 올바른 결과를 도출하도록 개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물어 번역기

존스 교수는 코끼리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하면 박쥐의 울음소리로 종을 식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I에 울음소리 차이를 학습시킨다"는 그는 "마치 휴대전화의 '시리'가 사용자 본인의 목소리를 인식하도록 훈련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박쥐 종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AI는 특유의 딸깍거리는 소리로 소통하는 향유고래의 의사소통을 해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래 번역 이니셔티브(CETI)'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그루버 뉴욕 시립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인간 언어 번역에 사용되는 번역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AI 도구를 활용해 이 딸깍거리는 소리의 패턴과 구조를 분석했고, 향유고래가 다음에 낼 소리를 예측하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갓 사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기술들이 매우 많다"면서 "앞으로 향유고래의 의사소통 체계 속 요소들을 점점 더 많이 학습하게 되면서 정말 흥미진진한 일들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의사소통 체계든 해석할 수 있는 번역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그루버 교수는 "이는 종의 경계를 넘어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은하계에서 온 생명체를 만나게 될 때도 활용될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돌고래어' 배우기

하지만 이러한 도구들이 동물들과 양방향 소통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루버 교수 또한 CETI의 목표는 향유고래와의 대화가 아닌,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는 이미 선박 소리를 통해 고래들과 소통해 왔다"며 "인간은 바다에서 많은 소음을 만들어낸다 … 이 프로젝트는 최대한 조용히 그들의 목소리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제1회 '콜러 두리틀 챌린지' 우승팀 소속인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돌고래 전문가 빈센트 야니크 교수는 동물과의 소통을 약속하는 기술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약 동물들과 정말로 대화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따위를 묻고 싶냐"는 그는 "그러면 이내 동물들은 어떤 마음인지, 이들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방식으로 '돌고래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물들은) 우리와 감각 기관이나 생물학적 구조가 같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